[사설] 전기차·배터리 보릿고개 넘기 위한 기업들의 필사적 노력

    [사설] 전기차·배터리 보릿고개 넘기 위한 기업들의 필사적 노력

    전기차와 배터리산업의 현재 최대 난관은 ‘캐즘(chasm)’ 현상이다. 대중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 수요 둔화기인데, 글로벌 완성차 시장에서 전기차 침투율이 캐즘 기준선인 16%에 이르면서 수요 정체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전기차 원가…

    • [한경에세이]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사회안전망

      와사보생(臥死步生).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뜻이다. 자주 걷지 않으면 건강을 포함해 모든 것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의미다.일본 후생노동성의 국민건강 권장 사항에 따르면 성인은 하루 8000보, 고령자는 4000보 이상 걷기가 필요하다고 한다. 65세 이상 고령자의 경우 신체활동과 운동량이 많은 사람은 적은 사람에 비해 순환기 질환과 암, 우울증, 치매 등의 발병 위험이 현저히 낮아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와사보생은 걷고 산책하며 많이 움직여서 활기차고 건강한 노년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현명한 지침일 것이다.모두 알다시피 우리나라의 고령화 진행 속도는 세계 1위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으니, 이런 변화를 받아들이고 대비할 사회적 관심과 준비가 필요할 때다.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고령화 대응이 가족의 문제로 국한돼 있었다. 어린 시절 조부모, 부모 그리고 자녀 세대까지 3대가 같이 사는 집이 많았고, 조부모가 편찮으시거나 인지장애를 겪어도 집에서 가족이 병환을 돌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던 걸로 기억된다.장례문화 또한 ‘장례식장’ 일변도인 지금과 달리 집에서 상을 치르는 ‘상갓집’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된다. 간혹 동네 골목을 지나다 보면 상중인 집 앞에 상갓집임을 알리는 등을 밝혀놓고 집에서 문상받는 광경을 마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경제 발전과 함께 산업화, 고도성장, 핵가족화 등을 거치며 우리 사회는 과거의 풍경 대신 새로운 사회안전망 구축이 필요하게 됐다. 통계를 살펴보면 1970년 100만6000여 명이던 신생아는 이후 매년 꾸준히 감소해 2023년 23만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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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수첩] 노동계도 비판하는 민노총 '최저임금 몽니'

      “일부 근로자 위원의 절박함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한 측면이 있어 근로자 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유감을 표합니다.”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 위원인 류기섭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사무총장은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8차 전원회의 첫머리 발언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2일 7차 전원회의에서 일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근로자 위원이 업종별 최저임금 적용안을 표결에 부치는 것을 막기 위해 이인재 최저임금위원장의 의사봉을 빼앗고 공익위원들의 투표용지를 찢은 데 대한 한국노총의 입장 발표였다.우여곡절 끝에 업종별 최저임금안이 찬성 11표, 반대 15표, 무효 1표로 부결된 7차 회의에 이어 이날 8차 회의 역시 빈탕으로 끝났다. 최저임금위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데 격앙한 사용자 위원들이 불참한 탓이다. 최저임금 인상률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어느 한쪽이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일은 드물지 않다. 하지만 인상률 논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파행을 거듭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덕분에 2025년 최저임금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를 도입한 이후 가장 늦게 결정될 것이 확실시된다.정부가 운영하는 합의제 기구에서 벌어진 투표 방해 행위에 민주노총 내부에서조차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현장 민주노총 근로자 위원들에게 행동 방침을 내려보내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집행부가 별다른 대안 없이 투표 방해만 지시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 전략사업 실장으로 2017년 최저임금위에 참여했던 오민규 노동정책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은 “양경수 집행부가 어떤 근거에서 표결을 저지하라는 판단을 내렸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최저임금 차등(구분) 적용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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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 산재보험 60년, 보상을 넘어 사회복귀프로그램으로

      근로자 20인 미만 중소 제조업체에서 일하다 다친 40대 남성. 용접 경력은 10년이고 희망 임금은 350만원이다. 이 근로자에게 맞는 일자리는 어떤 것일까.공단이 보유한 산재·고용보험 빅데이터 및 내일 찾기 플랫폼 일자리 정보와 매칭된 인공지능(AI)이 취업 성공률이 가장 높은 3개 직종을 희망근무자별·직종별·임금별로 추천하면 AI 가상상담실에서는 희망 취업회사의 이력서·자기소개서 작성, 모의 면접까지 서비스로 제공한다.이렇게 취업 서비스 등을 받아 직업에 복귀한 산재 근로자 비율은 2014년 53.9%에서 2023년 70.6%로 16.7%포인트 상승했다. 이젠 10명 중 7명은 직업에 복귀하고 있다. 치료를 마친 산재 근로자가 2023년 처음으로 12만 명대(12만3472명)에 진입했고 이 중 직업에 복귀한 산재 근로자는 처음으로 8만 명대(8만7148명)를 기록했다. 하지만 여전히 3만6324명은 직업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산재보험의 주된 목적은 근로자가 재해 발생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근로자가 일터로 복귀해 다시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행복한 삶을 누리게 하는 것이다. 산재를 당한 숙련 근로자의 빠른 일터 복귀는 국가 경쟁력 향상의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산재보험은 1964년 도입됐으나 초창기엔 요양과 현금급여 등 보상 위주였다. 재활의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2001년 재활사업 5개년 계획에 따라 재활서비스의 내용이 점차 구체화됐다. 이후 20여 년간 산재보험 재활서비스는 양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2008년 직업재활급여가 도입됐고, 2009년 재활인증병원을 운영하며 집중 재활치료를 시작했다. 2016년에는 대체인력지원사업이, 2022년엔 사업주 직장복귀계획서 제출제도가 도입됐다.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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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에세이] AI 시대, '동네 사장님' 관점으로

      지난달 말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 참석했다. 세계경제포럼 참석은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 이어 두 번째. 세계 최고 기업 경영자와 각국 지도자들이 소탈하게 의견을 주고받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었다.다보스와 다롄 회의에서 공통적으로 주목받은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다. 하지만 접근법은 완전히 달랐다. 1월 다보스에서 AI는 ‘낯선 무언가’였다. 새로운 기술이었기에 새로움 그 자체만으로 관심을 끌었다. 마치 아이폰이 처음 출시된 2007년과 비슷하게. 그래서 논의는 조금은 막연했고 얕았다. 이제 막 써보기 시작했지만 잘 모르겠다든지, 지수적으로 성장하는 기술이기 때문에 통제 밖으로 벗어날 위험이 있다든지 등 관념적 담론이 중심이었다. 미지의 기술에 대한 경계심도 곳곳에서 느껴졌다.6월 다롄에서 AI는 새롭고 유용한 도구였다. 활용 사례와 시행착오들이 논의되기 시작됐다. 선도자인 오픈AI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의 AI 모델 특징과 차이, 나라별로 혹은 산업별로 특화하고 있는 대규모언어모델, 오픈소스 모델에 대해 크게 늘어난 관심, 정보 보안과 데이터 주권을 고려한 소버린 AI에 이르기까지 세계적인 시도와 사례들이 6개월 사이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실감했다. 반년의 시차밖에 나지 않음에도 AI에 대한 접근법이 새로운 수준으로 진화한 것이다. 아이폰이 처음 출시되고 10억 명이 쓸 때까지 7년 걸렸는데, 챗GPT는 출시 두 달 만에 10억 명이 사용한 것을 생각해보면 이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퍼지고 있는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그럼에도 불구하고 AI에 대한 별도 로드맵이 아니라 제품 로드맵이 중요하다.” 많은 참여자가 공감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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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슈프리즘] 퇴직연금 의무화의 전제조건

      2004년 말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이 통과되고 1년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퇴직연금제도는 출범 당시 큰 기대를 모았다. 외부에 적립금을 쌓아둬 회사가 파산해도 근로자가 퇴직급여를 떼일 위험이 사라지고 노후 안전판도 크게 확충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기초생활을 보장하는 1층 국민연금과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는 3층 개인연금 사이에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2층 퇴직연금이 새로 들어와 ‘노후보장 연금 3층 구조’가 제도적으로 완성됐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에선 국내 증시의 대세 상승을 이끌 수급 기반이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가입자들이 실적배당형 투자 상품에 대거 몰려 코스피지수를 장기 우상향시킬 것이란 희망이 컸다.올해로 퇴직연금을 도입한 지 20년이 되면서 이런 기대는 그야말로 헛된 꿈이었다는 게 입증됐다. 제도를 도입한 기업들이 매달 근로자 급여의 8.33%를 납부하면서 퇴직연금 적립금은 어느덧 400조원이 됐고 10년 뒤엔 1000조원까지 불어날 것이라지만 누구도 퇴직연금을 ‘2층 연금’으로 보지 않는다. 지난해 연금 형태로 퇴직연금을 받은 사람은 10%뿐이었다. 나머지 90%는 평균 1645만원을 일시금으로 받아 갔다.중도 인출을 너무 쉽게 허용한 이유도 있지만 정기예금 등 원리금 보장상품에 자금의 90%가 몰리면서 운용수익률이 물가상승률조차 못 따라갈 정도로 낮은 것이 핵심 원인이다. 국내 퇴직연금의 연환산 수익률은 최근 5년과 10년간 각각 2.35%, 2.07%에 그쳤다. 확정급여형(DB)이든 확정기여형(DC)이든 퇴직연금 가입자(기업과 근로자)는 투자 상품 및 비율을 스스로 결정하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손실(시장 위험)을 온전

      [이슈프리즘] 퇴직연금 의무화의 전제조건
    • [천자칼럼] 요일제 공휴일, 이번엔 될까

      직장인들이 새해 달력이 나올 때면 먼저 살피는 게 공휴일이다. 1주일의 중간에 있는 ‘빨간날’도 고단한 주중 피로를 풀어줄 쉼터로 반갑지만, 월요일이나 금요일에 걸린 휴일에 비할 바 아니다. 토·일요일과 이어진 3일간의 연휴는 선물 같은 느낌이다. 일찌감치 계획을 세워 가족 여행이나 넉넉한 여가 활동을 즐길 수 있어서다.공휴일을 지정하는 방식은 ‘날짜제’와 ‘요일제’로 나뉜다. 날짜제는 특정 날짜를 정해 그날의 의미를 되새기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주말에 걸리면 휴식권을 보장받을 수 없고, 샌드위치 데이가 생기면 리듬이 흐트러진다. 우리나라 모든 국경일은 날짜에 기초한다. 다만 공휴일 수 감소를 막기 위한 수단으로 2013년부터 대체공휴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성년의날 등 일부 기념일은 ‘O월 O째주 O요일’ 식의 요일제로 시행하기도 한다. 선거도 대부분 수요일에 실시한다. 투표 안 하고 놀러 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미국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두 방식을 혼용한 형태가 일반적이다. 미국은 독립기념일 등 일부 공휴일을 제외하고 노동절, 추수감사절 등은 요일제로 운영한다. 주중 휴일에 따른 업무 단절 등 날짜제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데다 소비 진작 등 효과가 있어서다. 통상 월요일이나 금요일을 공휴일로 지정해 연휴를 보장하는 이유다.우리도 2011년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에서 특정 날짜의 의미가 크지 않은 일부 공휴일을 요일제로 전환하는 방안을 처음 논의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도입을 검토했지만 모두 기념일 제정의 취지를 훼손한다는 일각의 반대에 흐지부지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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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산칼럼] 40년 만에 1만엔권 인물을 바꾼 까닭

      ‘정부가 5만원권의 표지 인물을 바꿀 계획이다. 신사임당은 이제 시대에 안 맞으니 정주영, 신격호 같은 흙수저 출신 창업자를 고민 중’이라는 발표가 나오면? 난리가 나겠지. 여성단체가 맨 먼저, 그 뒤에 노동단체, 기타 등등이 줄줄이 서서 이유가 뭐냐고 성토할 거다. 지폐의 인물에는 가치관 이슈가 개입하고 돈도 꽤 들기 때문에 변경이 정말 어렵다. 그런데 일본이 지폐에 실리는 인물을 싹 바꿨고 최고액권인 1만엔권에는 시부사와 에이이치라는 낯선 인물이 등장했다. 그런데 일본은 세상 조용하다.1958년에 처음 발행된 1만엔권의 인물은 쇼토쿠 태자였다. 율령 반포와 관료제 구축을 통해 고대국가의 기틀을 만들었다는 인물이다. 1958년, 일본은 패전 이후 6년이나 미군의 지배를 받은 끝에 겨우 주권을 돌려받고 민주국가를 건설한다는 시대적 과업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래서 고대국가 체계를 완성해 일본의 정체성을 만들었다는 인물을 통해 당대의 사회적 ‘공기(空氣)’를 공식화했다.그리고 1984년, 메이지유신 시기의 계몽운동가 후쿠자와 유키치로 교체한다. <서양 사정> <학문의 권유> 같은 책으로 당대에 200만권을 판매하는 기염을 토했던 인물이다. 그가 세운 대학교가 게이오대다. 대표적 주장이 ‘탈아입구(脫亞入歐)’인데 후진적인 아시아에서 벗어나 유럽 국가처럼 확 ‘변신하자’는 뜻이다. 1980년대, 일본은 곧 미국을 따돌리고 경제 1위가 된다는 기대로 들떠 있었다. 그래서 곧 세계 1위가 되는 판에 ‘탈아입구’의 관점에서 강대국의 자신감을 가지고 할 말은 하자는 ‘공기’가 지배했고 후쿠자와가 그 상징으로 등장한 거다. 1년 뒤

      [다산칼럼] 40년 만에 1만엔권 인물을 바꾼 까닭
    • [데스크 칼럼] 콘텐츠 시대, 소는 누가 키우나

      2020년 2월 20일 봉준호 감독을 비롯한 영화 ‘기생충’ 제작진과 출연진 20여 명이 청와대에 초청받았다. 제92회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국제영화상 등 4관왕을 차지한 것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문화예술의 우수성이 세계에 알려졌다”고 감사를 표했다. 2022년 6월 12일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가 용산 대통령실을 찾았다. 두 사람은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품에 안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것이 우리의 국격이고, 국가발전의 잠재력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축하했다. 지금 와서 보니 한국 영화는 이때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조용히 끝난 칸 국제영화제지난 5월 폐막한 제77회 칸 국제영화제는 한국 영화가 봉착한 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한국 영화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경쟁 부문에 단 한 작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비경쟁 부문에서도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만 상업영화 대작을 초청하는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포함됐을 뿐이다. ‘주목할 만한 시선’ ‘비평가주간’ 등 주요 비경쟁 부문에는 들어가지 못했다.칸에서의 초라한 성적표는 최근 몇 년간 한국 영화산업이 겪은 드라마틱한 변화와 무관하지 않다. 2020년 초 발생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제작 현장과 극장은 올스톱됐다.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들은 팬데믹을 기회로 삼아 고속성장했다. 상당수 영화제작 인력은 OTT 시리즈물 제작 시장으로 넘어갔다. 대중도 굳이 극장에 가지 않아도 볼거리가 많다는 걸 깨달았다. 그 결과 콘텐츠 소비 습관이 근본적

      [데스크 칼럼] 콘텐츠 시대, 소는 누가 키우나
    • [취재수첩] 협박에 삿대질까지…기업인 벌세우는 국회

      “이러니까 배임 얘기가 나오는 겁니다.”지난 2일 국회 과학방송정보통신위원회 전체 회의에 참석한 국회의원들은 증인으로 출석한 최수연 네이버 대표에게 여러 차례 ‘배임’이란 단어를 꺼냈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호통이었다. ‘라인야후 사태’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나 국회가 도울 일이 있는지를 살펴보겠다던 취지는 온데간데없었다.오후 4시에 시작한 회의는 밤 12시까지 이어졌다. 최 대표가 “단기적으로는 라인야후(A홀딩스) 지분 매각을 하지 않는 걸로 결정했다”고 말한 뒤 윽박지르기성 질의가 절정에 달했다. 노종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왜 이 자리에서 중장기적으로는 팔 의향도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합니까”라고 따져 물었다. 그는 “그냥 안 팔겠다 그러면 되잖아요”라며 고함을 치기도 했다.라인야후 사태를 겪는 동안 네이버 시가총액이 크게 빠진 점을 지적하던 대목에서도 호통이 쏟아졌다. 최 대표는 “주가는 기업 대표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부분이지만 라인야후 한 가지 이유와 꼭 직결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훈기 민주당 의원은 “최 대표 책임이 상당하다”고 면박을 줬다.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최 대표가 정말 네이버 주주를 위해 일하는지 깊은 의문이 든다”며 “들어가서 숙고하기를 바란다”고도 했다. 상대방에게 답변할 시간을 주지 않고 할 말만 하는 식이었다.최민희 과방위원장(민주당)이 최 대표를 향해 삿대질까지 했다. 그는 “쭉 답변하는 것을 지켜봤는데, 최 대표 머릿속에는 소비자가 없습니까”라고 소리쳤다. 최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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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경에세이] 잠자는 백설공주 깨우기

      초임 법관 시절부터 지금까지 판결문 전면 공개를 주장해 왔다. 올해 정년으로 법원을 나올 무렵 ‘잠자는 백설공주(미공개 판결문)를 깨워야 한다!’는 주장을 다시 했다.글로벌 기술 기업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세계를 흔들고 있다. 미국 중심으로 강해지는 AI 패권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전문 분야 AI만이라도 한국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한다. 실시간으로 전국 법원에서 산출되는 판결문은 법조 AI 원료인 학습 데이터의 핵심이다. 지금도 신청 절차를 거쳐 판결문이 일부 공개되고 있지만, 전면적 공개와는 거리가 멀다. 이미 미국, 중국 등에서는 모든 판결이 공개되고 있다.AI 시대에 판결문의 실시간 전면 공개가 필요한 이유는 법조 AI의 발전에서 핵심이라는 것에 큰 방점이 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역할이 기대돼서다. 첫째, 법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판결문의 실시간 전면 공개는 법의 공정성을 보장하고,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둘째, 법률 교육과 연구에 큰 도움이 된다. 판결문은 법적 논리와 적용 사례를 담고 있어 법률 교육과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셋째,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 있다. 판결문이 실시간으로 전면 공개되면 시민은 자신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법부의 법적 판단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고, 민주주의의 원칙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한다. 넷째, AI 기술을 활용한 법적 분석과 예측이 가능해진다. 방대한 분량의 판결문 데이터를 AI가 분석함으로써 특정 사건의 판결 경향을 파악하고, 법적 예측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한경에세이] 잠자는 백설공주 깨우기
    • 이응준의 시선

      저들보다 더 나쁜 우리

      2009년 출간된 장편소설 에는 다음과 같은 일부 내용이 나온다.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한 통일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북한 출신 인물들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체주의적 트라우마’에서 ‘완전하게는’ 벗어나질 못한다. 북한군 장교였던 주인…

    • 시론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이 살길이다

      세계는 지금 기술 패권 시대다. 국가와 기업의 명운을 좌우할 인공지능(AI)을 위시한 기술 혁신이 가히 빛의 속도로 진전되고 있다. 이제 아무리 큰 국가나 기업도 혼자서는 이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 ‘글로벌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불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