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국내 경제 분야에서 의미 있는 논쟁으로 우선 꼽힐 담론이 상속세 개편 문제다. 종합부동산세 폐지 논의와 더불어 야권에서도 진일보한 입장을 내놨을 정도다.

그런데 정부의 상속세제 개편안은 이런 논의와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것이었다. 그제 나온 정부안은 최대주주에 대한 할증과세(20%)를 없앤다는 내용에 그쳤다. 세계 최고 수준인 50%의 세율에 대해서는 아예 언급이 없었다. 가업상속 공제를 1200억원으로 확대하겠다는 내용이 하나 더 있기는 했지만, 다수 중산층이 체감하긴 어렵다. 상속세 개편이 기업 승계로 시작된 측면이 있지만 최근 논의가 활발해진 것은 대도시에서 집 한 채 가진 중산층도 중과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28년째 묶여 있는 공제 한도(최대 10억원), 26년째 그대로인 세율·과표구간을 커진 경제 규모와 바뀐 사회상을 반영해 정상화하자는 것이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보름 전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을 근거로 ‘30%’라고 구체적 수치까지 제시하며 인하 필요성을 역설했다. 바로 다음날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저도 기본 방향에 당연히 공감한다”고 가세했다.

그런데 하반기 경제정책의 골격과 방향을 정하면서 상속세율 인하 건은 뺐다. 기껏 군불만 지펴놓고 정작 실행에선 용기를 못 내는 것이라면 문제가 적지 않다. 거대 야당의 ‘부자 감세 반대’를 의식했다면 더욱 실망스럽다. 그렇게 보면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도 조세특례제한법 개정, 가업상속 공제 확대 역시 상속증여세법 개정 사항이다. 나라 경제와 국민 생활에 도움 되는 일이라면 차제에 상속세제 개편안을 종합적으로 마련해 야당과 협의에 나서고 어떻게든 설득도 하는 게 정부 책무다. 쇠도 달았을 때 치라고 했다. 여소야대라고 지레 한계선을 긋지 말고, 이달 말 발표하는 세제개편안에는 세율 인하 등 전반적 개선안을 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