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에 급감하는 생두 수확량…커피값 다시 오르나 [원자재 포커스]
로부스타 원두 가격 2008년 이후 최고치 기록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 가뭄 영향
기후 변화로 인한 인플레 촉발
사진=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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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원재료 주요 생산지인 동남아시아에 고온 건조한 기후가 계속되면서 생커피콩 수확량이 급감할 전망이다. 동남아 작황이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며 생커피콩 가격은 고공행진 하는 모양새다. 극한의 기후로 인해 농작물 생산이 감소하는 '기후 플레이선(Climateflation)'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로부스타 원두 선물(6월물) 가격은 t당 전 거래일 대비 62달러(1.64%) 상승한 385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장중 로부스타 원두 선물 가격은 t당 3948달러를 기록하기도 했다. 2008년 이후 최고치다. 1년 전에 비해선 60% 넘게 올랐다.
기후 변화에 급감하는 생두 수확량…커피값 다시 오르나 [원자재 포커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아라비카 원두 선물(6월물) 가격도 파운드당 전일 대비 3.1달러(1.43%) 상승한 2.34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9월 이후 최고치다.

커피 가격이 고공행진 하면서 관련 업계도 직격타를 맞았다. 이탈리아 최대 커피 회사인 라바차는 지난해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13% 증가한 31억 유로를 기록했지만, 수익성은 악화했다. 지난해 라바차의 영업이익은 2억 6300만유로로 1년 전 3억 900만유로에서 14%가량 감소했다.

안토니오 바라발레 라바차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커피콩 등 원자재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폭등한 결과다"라며 "거시경제는 매우 복잡한 상황에 놓여있다"고 설명했다.

인스턴트 커피와 에스프레소 커피 원재료인 로부스타 원두는 대부분 베트남에서 재배된다. 매년 4월께 베트남에서 우기가 시작될 때 파종을 시작한다. 고온 다습한 기후에서 자라지만, 올해는 건조한 기후로 인해 작황이 부진할 전망이다. 베트남 농업부는 가뭄으로 인해 올해 커피 생산량이 1년 전보다 20%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로부스타 원두 최대 생산국인 베트남에서 생산량이 줄어들 것을 우려한 커피 업계는 경쟁적으로 원두 선물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 최대 은행 중 하나인 라보뱅크의 농산물 책임자인 카를로스 메라는 "공급 제약으로 인해 기존 업체들 사이에서 공급난 우려가 커졌다"며 "베트남에서 커피 수급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커피 업체들이 재고 수급 경쟁에 나선 배경엔 공급망 위기가 있다. 작년 11월부터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 해역을 장악한 뒤 공급선이 언제든 끊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이 때문에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면서 해운 비용이 상승하고 있다. 원두 수입 가격이 더 치솟기 전에 재고를 비축한다는 설명이다.

아라비카 원두 작황도 올해 부진할 전망이다. 최대 생산국인 브라질에서 기후 조건이 악화하고 있어서다. 브라질 기상청에 따르면 미나스 제라이스 지역의 지난주 강수량은 2.5㎜에 그쳤다. 역대 평균치의 12%에 불과했다. 미나스 제라이스 지역은 브라질 커피 생산의 30%를 담당하는 곳이다. 생육 시기에 가뭄이 겹치며 생산량이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원자재 리서치업체 그로 인텔리전스의 조나단 헤인즈 수석 애널리스트는 "기후 변화가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끼치면서 작황이 더 불안해지고 있다"며 "날씨의 변동성은 더 커지고 있고, 극단적인 기후변화도 잦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현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