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 같은 하숙집?…요즘 공유주거에선 음악회도 열린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 사이에서 ‘기업형 공유주거’(코리빙)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전문 업체가 관리하는 만큼 보증금을 떼일 우려가 적다. 헬스장과 도서관 등 대단지 아파트에서 볼 법한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숙이나 기숙사, 셰어하우스 기억을 떠올리며 남들과 함께 사는 게 불편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독립된 ‘나만의 공간’도 마련된다. 공유주거는 침실과 화장실 등 기본 생활 공간은 혼자 쓰고, 주방이나 세탁실 같이 공유 가능한 공간만 다른 사람과 함께 쓰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1인 가구 증가에 코리빙도 성장

코리빙 개념이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2015년께다. 당시만 해도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최근 몇년 새 관심이 커졌다. 먼저 고금리 상황이 지속되며 전세대출 이자 부담이 커졌다. 목돈 마련 부담을 덜어낸 공유 주거에 대한 수요가 늘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전세의 월세화’ 현상도 가속화했다. 1인 가구 비중이 점차 늘어 지난해 40%를 육박하는 등 인구구조 변화도 공유주거 인기에 한몫하고 있다.

공유주거의 경우 월세는 다소 비싼 편이다. 월 이용료는 주변 시세와 방 형태를 반영해 가격이 책정된다. 서울 신촌의 한 공유주택 1인실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90만~120만원 선이다. 주변 신축 오피스텔 원룸 시세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60만원 선인 것을 고려한다면 월세는 다소 비싼 축에 속한다. 하지만 보증금이 매우 저렴하다는 게 장점이 될 수 있다.
공유주거 시설 '헤이' 미아점 전경. 트러스테이 제공
공유주거 시설 '헤이' 미아점 전경. 트러스테이 제공
무엇보다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누릴 수 있어 MZ세대 선호도가 높다. 공유주거 브랜드 헤이 관계자는 “독립을 원하지만 초기 자금이 모자란 20대~30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디벨로퍼 MGRV에서 운영하는 맹그로브의 경우 연간 공실률은 5% 미만이다. 전체 고객의 90% 이상이 20~30대다. MGRV는 서울 4개 지점에서 1000명 이상을 수용할 수 있는 공유주거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공유주거 사업이 젊은층에게 인기를 끌자 대기업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초기엔 홈즈컴퍼니와 MGRV 같은 스타트업이 이 분야를 이끌었다. 2020년엔 대기업 계열사 SK디앤디가 공유 주거 공간 ‘에피소드’를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열었다. KT계열의 부동산 개발회사 에스테이트는 야놀자클라우드와 합작해 지난 1월 공유주거 브랜드 ‘헤이’를 도입한 뒤 서울 군자, 미아, 신정 등에 공유 주택을 선보였다.

초역세권 입지 장점

입주 시 가전제품 등을 일일이 챙기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기업형 공유주거 공간의 또다른 장점이다. 대부분 가전제품과 가구를 모두 갖춘 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계약 이후 몸만 들어가면 된다. 동일 조건의 일반 원룸을 계약한다면 가전제품이 하나씩 추가될 때마다 부담이 커지지만 공유주거 공간에서는 그런 부담이 덜하다.

주변 입지와 커뮤니티 시설도 대체로 우수한 편이다. 직주 근접을 선호하는 MZ세대의 수요를 반영해 기업형 공유주거 공간은 주요 업무 시설이 밀집돼 있는 수도권의 역세권 입지에 자리하고 있다. SK디앤디의 에피소드가 성수를 비롯해 강남, 서초, 신촌 등 서울 주요 업무 지역 및 대학 밀집 지역에 6개 지점을 연 사례가 대표적이다.
맹그로브의 신촌 멤버스 라운지 모습. MGRV 제공
맹그로브의 신촌 멤버스 라운지 모습. MGRV 제공
원룸이나 오피스텔은 커뮤니티 시설이 없거나 적은 편이다. 반면 공유주거 시설의 경우 헬스장, 도서관, 라운지와 같은 공용 시설을 갖추고 있다. 쿠킹 클래스와 운동, 음악회, 공연 등의 프로그램을 여는 곳도 많다. 입주민과의 교류 기회도 열려있는 셈이다.

전입신고 불가한 곳도 있어

다만 코리빙 시설은 건축물 용도에 따라서 전입신고가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계약 전 확인이 필수다. 건축물의 용도가 관광 숙박시설로 분류돼 있다면, 입주를 하더라도 전입신고를 할 수 없다. 건물의 용도가 다세대 주택이나 도시형생활주택으로 분류된 곳에선 전입신고가 가능하다.

관리비와 공과금이 월세에 포함돼 있는지도 체크해 봐야 한다. 월세에 수도, 전기세까지 포함돼 있는 경우도 있지만, 업체에 따라 포함 여부가 달라서다. 커뮤니티 이용료도 시설에 따라 별도로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도 있다. 입주자의 생활 방식에 따라 주거비는 천차만별이 될 수 있다.

김세민 기자 [email protected]
이인혁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