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이 4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저신용·저소득층 지원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이 4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저신용·저소득층 지원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강은구 기자
“정책서민금융을 확대하더라도 서민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공급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민간 서민금융업체가 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재연 서민금융진흥원장 겸 신용회복위원장은 4일 서울 세종대로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서민금융회사가 본래 정체성을 살려 담보가 부족한 서민에게도 대출을 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정책서민금융 규모가 2019년 3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7조2000억원으로 급격히 커졌다”면서도 “전체 금융회사의 총자산이 4300조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극히 일부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정책서민금융은 신용도가 낮아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지 못하는 서민에게 자금을 공급하는 햇살론, 소액생계비대출, 최저신용자특례보증 등 공적 상품을 의미한다.

이 원장은 금융연구원에서 23년간 서민금융·신용회복 관련 연구를 한 서민금융 전문가다. 금융연구원 시절 중소서민금융센터장과 부원장을 맡았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서민이 필요로 하는 자금을 제대로 공급하기 위해선 민간 금융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이 원장의 진단이다. 그는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민간 회사가 설립 의도와 달리 부동산담보대출이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치우친 영업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민간 서민금융사가 가계대출을 줄이는 이유는 저신용 고객 대상 리스크 관리 역량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금리 급등, 경기 침체 등으로 신용위험이 커질 경우 부실 발생을 우려해 서민금융 공급을 축소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민간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선 금융사와 금융당국 모두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민금융회사는 저신용·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대출심사 및 사후관리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며 “당국 역시 연체율 중심의 건전성 잣대만 들이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획일적 관리만 강조하다 보면 금융사들이 신용평점에 과도하게 의존하거나 담보대출 중심의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사 각각의 특성과 영업전략 등을 존중하는 차별화된 감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출 부실 문제에 대해선 “한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고, 모두가 상생하기 위해선 조기 채무조정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소상공인이 상환 기회를 얻어 파산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재기한다면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남은 임기 목표로는 “금융소비자에게 맞춤형 대출 상품을 추천하는 ‘서민금융 잇다’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저신용·저소득층을 위한 서민금융 상품을 한곳에 모은 종합 플랫폼 서민금융 잇다를 지난달 30일 출시했다.

정책서민금융과 민간 금융상품을 아울러 이용자에게 적합한 상품을 추천하고, 보증서 발급부터 대출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서형교/조미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