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7월 4일 오후 4시 33분

한미사이언스의 개인 최대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의 변심으로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그룹 형제 편에 선 신 회장은 회사 주가가 하락하고 약속한 지분 매각 작업까지 지지부진하자 그동안 맞섰던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장녀 임주현 부회장 등 모녀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신동국은 왜 갑자기 돌아섰나…"한미 형제와 회사 매각 놓고 갈등"
4일 투자은행(IB) 및 제약업계에 따르면 신 회장과 형제의 사이가 틀어진 건 이들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승기를 잡아 경영권을 장악한 직후부터다. 신 회장은 “모녀가 추진하는 한미사이언스와 OCI그룹의 통합 작업을 막아야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형제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들과 손을 잡았다.

하지만 OCI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되고 형제가 경영권을 확보한 뒤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자 이들의 갈등도 싹텄다. 주총 전에 3만9450원까지 치솟았던 한미사이언스 주가는 이달 3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여기에 신 회장이 기대했던 한미사이언스 지분 매각 작업도 지지부진했다. 그는 형제와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매각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들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등과 지분 매각 안건을 놓고 논의도 진행했다.

하지만 신 회장과 형제는 이사회 의사결정 때마다 갈등을 겪었고, 협상은 차질을 빚었다. 형제는 상속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했다.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이사가 개인 회사인 DXVX를 통해 횡령·배임을 저질렀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형제에 대한 신 회장의 신뢰는 완전히 깨졌다.

신 회장은 모녀 측과 손을 잡으면서 모녀가 맞닥뜨린 상속세 문제를 해결해주기로 했다. 모녀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6.5%(444만4187주)를 1644억원에 사들이는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모녀 측은 신 회장과 의결권 공동 행사 약정을 맺어 경영권도 지켰다. 신 회장의 모녀 측 지분 매입 가격은 주당 3만7000원으로 당초 모녀 측이 OCI그룹에 지분 일부를 매각하려 했던 때와 같은 가격이다.

신 회장과 모녀 측은 당분간 공동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한미약품그룹을 이끌어가기로 했다. 모녀 측은 일단 임시 주주총회를 조만간 소집해 전문경영인을 등기이사로 선임할 계획이다. 사업회사인 한미약품은 이미 이사회를 모녀 측이 장악하고 있으며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하지은/이영애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