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인 ‘GPT’가 게임 시장에서도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GPT 최신 모델인 ‘GPT-4o’를 장착한 게임이 등장했다. 챗봇인 챗GPT로 만든 게임을 유통하거나 생성 AI에 게임 테스트를 맡기는 사례도 늘고 있다.
크래프톤이 오는 24일 출시할 인공지능(AI) 추리 게임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  크래프톤 제공
크래프톤이 오는 24일 출시할 인공지능(AI) 추리 게임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 크래프톤 제공

○생성 AI 용의자와 추리 싸움

17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크래프톤은 AI 추리 게임인 ‘언커버 더 스모킹 건’을 오는 24일 출시한다. 크래프톤이 생성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차린 자회사인 렐루게임즈가 만든 게임이다. 이 게임의 핵심은 ‘GPT-4o’를 탑재했다는 점이다. 이용자는 사건 용의자로 지목된 안드로이드 로봇 4대와 대화하며 범인을 찾아야 한다.

'할 때마다 결말이 다르네'…GPT게임 나왔다
로봇은 사람처럼 거짓말하며 게이머를 속인다. 게이머의 질문에 따라 로봇의 답변과 반응도 바뀐다. 생성 AI 덕분에 게이머가 즐기는 콘텐츠의 내용도 매번 달라진다. 생성 AI가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꾸며 말하는 ‘환각 문제’는 이 게임에선 되레 강점이 됐다. 한규선 렐루게임즈 스모킹건 총괄 PD는 “대화형 AI 기술을 게임에 적용해 더 깊은 수준으로 상호 작용을 만들어낸 첫 번째 사례”라고 말했다.

렐루게임즈는 지난달 출시한 PC 게임 ‘마법소녀 루루핑’을 통해 또 다른 시도를 했다. 이 게임 이용자는 마이크에 대고 마법 주문을 외쳐야 한다. AI는 음량, 발음, 감정 등을 분석해 나온 결과값을 게임 캐릭터의 공격력으로 환산한다. 과거엔 없던 진행 방식이다. 이 게임 제작에 렐루게임즈가 들인 시간은 한 달, 인력은 단 3명뿐이다. 그래픽 작업은 한 명이 전담했다. 생성 AI 기술을 적극 활용한 결과다.

해외에서도 생성 AI 챗봇을 게임에 적용하고 있다. 일본 야마다는 추리 게임인 ‘두근두근 AI 신문 게임’을 최근 내놨다. 게이머는 범죄 용의자인 생성 AI 챗봇과 대화하며 자백을 이끌어내야 한다. 중국에선 AI로 만들어진 가상의 친척들과 새해 인사를 하는 게임인 ‘에픽 쇼다운’이 지난 1월 출시됐다. 이 게임은 설 연휴와 맞물려 젊은 층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 한 달 만에 이용자 100만 명을 모았다.

○GPT스토어에 게임 ‘한가득’

오픈 AI가 지난해 11월 선보인 GPT스토어에서도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나오고 있다. 추리 게임 ‘살인 미스터리 대혼란’, 방치형 게임 ‘쿠키 클리커’, 미국 서부를 탐험하는 게임 ‘오리건 트레일’ 등이 그렇다. 아예 GPT스토어를 활용해 게임을 유통하려는 업체도 나왔다. 어드벤처링크드라는 게임사는 생성 AI로 개발한 이미지를 결합해 챗GPT로 이용자가 원하는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준다.

챗GPT에 게임 진행을 맡기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영국 요크대는 ‘GPT-4’에 총 쏘기(슈팅) 게임인 ‘둠’의 진행을 맡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GPT-4는 게임의 모든 단계를 통과하지는 못했지만 적과 싸우거나 목표를 찾아가는 행동을 정상적으로 수행했다. 같은 달 중국·싱가포르 연구진도 ‘GPT-4V’를 활용해 비디오 액션 게임 ‘레드 데드 리뎀션2’을 작동한 결과를 공개했다. 국내 게임사인 데브시스터즈도 게임 난이도 평가에 생성 AI를 적용하고 있다.

업계에선 생성 AI 기술이 그래픽, 음성 등 디자인 요소뿐 아니라 줄거리 구성 등 게임 제작 전반에 쓰이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보고 있다. 엔비디아도 챗봇 기능 등 게임 내 도입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 개발 서비스를 지난 4일 공개했다. 시장조사 업체 마켓닷어스는 올해 생성 AI가 적용된 게임 시장 규모를 11억3700만달러(약 1조5600억원)로 전망하고 있다. 8년 뒤인 2032년엔 시장 규모가 71억500만달러(약 9조7100억원)로 6.2배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진 주로 비용 절감 목적으로 게임사들이 생성 AI 기술을 써 왔지만 앞으로는 AI로 게임 품질을 끌어올리거나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내는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주현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