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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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사는데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는 전 세계 어느 곳에서도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 집을 사지 않습니다. 물론 중국과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국민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북한의 경우 인민반, 중국은 호적제를 통해 이를 실현해왔습니다.

최근 중국의 경우에는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리고 부동산 침체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호적제’의 문턱을 낮추고 있습니다. 경제를 살리고 부동산 수요를 늘리기 위해서는 도시화율을 높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호적제를 완화하면 농촌사람들이 도시로의 이주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진나라때 처음 만들어진 호적제는 중국 국민들을 통제하기 위한 가혹한 수단이었습니다. 공산당 헌법에는 ‘국민들에게 이주와 거주의 자유가 있다’고 규정한 점을 고려한다면 애초부터 헌법에 위배되는 불법 조례였던 셈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란 땅 투기를 억제하기 위해 국토교통부장관, 시·도지사가 특정지역을 거래규제지역으로 지정하는 제도입니다. 최대 5년까지 지정이 가능하며, 구역 내의 토지를 거래하기 위해서는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사실 이 제도는 1979년에 도입되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되었고 과거에는 큰 무리 없이 운영됐습니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시작됐습니다. 허가대상면적을 획기적으로 낮춘 겁니다. 서울시내 주거지역은 대지지분을 6㎡ 지정기준으로 바꿨습니다. 정상적인 아파트는 모두 포함돼 이제는 이 규제가 주택거래허가구역으로 변질됐습니다. 실제로 2023년11월 잠·청·대·삼(잠실동, 청담동, 대치동, 삼성동)의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완화하면서 아파트가 아닌 모든 부동산을 해제했습니다. 즉, 이 규제는 주거선호지역의 아파트가 타깃이라는 방증입니다.
규제 끝판 '토지거래허가구역', 폐지가 답입니다 [심형석의 부동산정석]
토지거래허가제는 신도시개발이나 도로 등 인프라 건설 등을 할 때 투기세력의 유입을 막기 위해 그린벨트처럼 비어 있는 땅에 하는 조치입니다. 인구가 밀집한 강남 도심 한복판에 실시하는 것은 유래가 없는 일입니다. 심지어 관할구청 공무원이 정상적인 실거래마저 허가하지 않는 월권행위도 발생했습니다. 대치아이파크에 사는 A씨는 4인 가족인데 아이들이 성장해서 넓은 면적으로 옮기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강남구청 담당자가 “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도 충분한데 왜 더 넓은 아파트로 옮기려 하느냐”는 핀잔을 주며 불허하기도 하였습니다. 중국과 같은 사회주의 국가가 생각나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일입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취임하고 부터는 더 황당한 일이 발생했습니다. 4개동(압여목성: 압구정동,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을 토지거래허가제로 추가한 사실입니다. 심지어 토지거래허가제가 주택가격 안정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입니다. 2020년 도입된 이 제도는 최대 지정기간인 5년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 13일 강남구 삼성·청담·대치동과 송파구 잠실동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재지정했습니다.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국제교류복합지구 인근의 총 14.4㎢에 달하는 이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시는 허가받아야 하는 토지 면적을 작년과 같이 법령상 기준면적의 10%(주거지역 6㎡, 상업지역 15㎡ 초과)를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부동산 시장 과열입니다. 시는 "서울시는 아파트 위주로 (집값) 회복세가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며 강남 3구의 회복률이 높다"면서 "6월 들어 서울 전역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상승 전환한 만큼 규제를 풀면 아파트 가격이 더 불안해질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주택거래의 규제로 변질됐습니다. 실거주 의무를 부과하기에 전세시장 불안정과 주거선호지역의 주택공급을 현저히 저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개인의 자금사정에 맞추어 입주계획을 세우면 되는데 혜택이 있는 공공주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입주하라는 것은 과한 규제임에 분명합니다. 특히 현재와 같이 전세가격이 계속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기존주택의 전세물량이 주택시장에 공급되는 것이 중요함에도, 이를 원천적으로 막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전세시장의 안정을 위해서도 폐지돼야 합니다.

서울에서 아파트를 공급하는 거의 유일한 방법인 정비사업이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공사비 폭등에 따라 분담금이 터무니없이 올라가면서 조합과 시공사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중입니다. 공사는 연기되고 입주는 기약이 없어집니다. 서울의 경우 2026년 이후에는 입주하는 아파트가 거의 없는 상황이 고착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렇게 공급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한다면 주거선호지역의 주택수요를 감소시켜 정비사업의 진행 가능성을 현저히 떨어뜨릴 겁니다.

따라서 전세시장의 안정과 주택공급 활성화를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은 필히 해제되어야 합니다. 주택투기라는 모호한 정치적 담론에서 벗어나 전세와 주택공급이라는 주택시장의 현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제의 끝판 왕인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반드시 해제되기를 기대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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