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연금 투자, '초저위험'을 탈출하라…ETF도 40% 투자해야" [이시은의 투자고수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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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
“퇴직연금이라고 반드시 안전성만 따질 필요는 없습니다. 특히 30대 직장인은 위험을 또 하나의 전략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은 “방치돼 미미한 수익률만 내고 있는 퇴직연금은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훌륭한 투자 재원”이라며 “60%를 펀드, 40%를 상장지수펀드(ETF)로 놓고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운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2009년부터 12년 동안 기관과 가입자 대상 연금 영업 업무를 했고, 2021년 영업맨 출신으론 이례적으로 연금본부장 자리에 올랐다. 그가 책임진 미래에셋증권 연금잔고는 지난해 기준 33조1000억원으로 업계 1위다.

퇴직연금, '위험조정 수익률' 따져야

국내서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것은 2005년이다. 일시불로 목돈을 지급하는 퇴직금 제도의 각종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탄생했다. 종류는 확정급여형(DB)·확정기여형(DC)·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3가지인데, DC와 IRP는 근로자 개인이 직접 운용해 추가 수익을 노릴 수 있다. 다만 개별 주식 종목이나 해외 상장 ETF에 투자할 수 없는 등 제약도 따른다. 최 본부장은 “퇴직연금은 1년에 한 번 납입되니 시간의 분산이 일어나고, 개별 종목 투자를 막고 펀드 상품에 투자하니 종목의 분산이 일어나 장기 수익에 유리한 구조”라고 말했다. 하지만 DC형 및 IRP 운용은 개인의 운용 방식에 따라 수익률이 해마다 두 자릿수까지 차이난다.

DC형 및 IRP 운용에서 그가 추천하는 비율은 타깃데이트펀드(TDF)를 60% 담는 것이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날짜에 맞춰 각자만의 전략으로 운용되는 상품이다. 이름엔 모든 정보가 있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자산배분TDF2050증권자투자신탁’이란 TDF 상품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자산배분’ 브랜드를 내걸고 2050년에 은퇴할 근로자를 가정해 증권을 중심으로 투자한다는 뜻이다. 국내선 이들 외에도 한국투자신탁(브랜드명 알아서) NH-아문디(하나로) 마이다스(기본) 등 20개 운용사들이 경쟁하고 있다. 운용 전략은 회사마다 차이는 있으나, 대부분 주식과 채권 비중을 적절히 조정해가며 연령대에 맞는 수익을 추구한다는 점은 같다.

상품 선택 기준은 ‘위험조정 수익률’이다. 그는 “연금은 장기 운용이 핵심인 만큼 TDF 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위험조정 수익률”이라며 “단순 수익률은 적립 단계에선 의미가 있겠지만 인출 단계에선 상대적 중요도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위험조정 수익률은 단순한 투입금 대비 투자수익에서 위험지표를 반영한 수익률이다. ‘샤프지수’가 대표적이다. 에프앤가이드의 3년 샤프지수를 기준으로 8개 운용사(신영·IBK·NH·KCGI·신한·미래에셋·KB·한화) 브랜드가 전체 평균치(-0.01%)를 상회했다. 다만 순위는 기준 기간과 빈티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본인의 은퇴 시점과 투자 성향이 최우선 고려 요소다.

"TDF·TRF, 분산 투자 하지 마라"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
최종진 미래에셋증권 연금본부장
보다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투자자는 TDF 대신 타깃리스크펀드(TRF)를 활용해도 좋다고 했다. TRF는 위험자산과 안전자산 비중을 벤치마크에 맞춰 일정 비율로 조정해 나간다. 다만 주식 관련 지수를 30% 추종하고 70%를 채권 지수를 추종하기로 했으면 이 비중 자체는 변경하지 않는다. 주식 비중이 높고 장세가 좋다면 TDF보다 수익률이 크지만 은퇴시점이 다가와도 위험자산 비중이 줄지 않는다. 최 본부장은 “TDF든 TRF든, 운용사 각자만의 전략과 철학이 담겨 있다”며 “이를 통해 장기간 수익률을 내려면 2~3가지 펀드 상품에 분산하지 말고 한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ETF는 지수형 ETF에 관심을 가지라고 했다. 그는 “연금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매매에 대한 유혹을 견디고 투자 자산을 꾸준히 가져가는 것”이라며 “미국의 대형 3대 지수(다우존스·나스닥·S&P500) 정도면 변동성을 관리하면서도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하다”고 했다. 미국 이외 국가별 자산배분은 인도를 주목하며 짤 것도 강조했다. 최 본부장은 “인도는 아직까지 ‘비효율의 시장’이지만, 정부의 경제 진흥 정책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선 5~10% 정도를 맥쿼리인프라와 같은 대체자산 상품군에 투자해 균형을 맞출 것도 주문했다.

최 본부장은 일련의 연금 투자 전략을 설명하면서도, 중요한 것은 관심이라고 강조했다. 국내선 작년 7월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디폴트옵션 의무화 제도까지 시행됐지만, 지난해 4분기 기준 89%가 ‘초저위험’ 상품에 들어간 채 방치되고 있다. 그는 “30대까지 이런 식의 안전 성향을 가지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며 “젊을수록 퇴직연금도 종목 투자와 다를 것 없는 적극정을 갖고 고수익 투자를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시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