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PRO 칼럼] 미·중 패권전쟁 수혜국은 어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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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PRO 칼럼] 미·중 패권전쟁 수혜국은 어디?
고은진 KB증권 WM투자전략부
사진=KB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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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 달성이 만만치 않아 보인다. 다수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당초 위드코로나 전환과 비교적 빠른 경제회복으로 무난하리라 내다봤던 중국 정부의 5%대 성장목표에 비상등이 켜졌다.

내수와 수출 모두 회복이 더뎌 전망 하향이 줄줄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 GDP에서 30% 가까운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은 모범생이었던 비구이위안의 채무불이행 위기가 말해주듯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글로벌 수요 위축과 코로나 이후 가속되고 있는 미국 주도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탈중국 움직임 등으로 수출도 빠른 속도로 감소하는 중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중이지만, 중국은 7월 소비자물가와 생산자물가 모두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해 디플레이션 위기에 직면했다는 평가도 현실화되는 모습이다.

부진한 경제 회복의 여파로 청년실업률도 20%를 넘어 수개월째 사상 최고치로 올라오면서 최근 중국 정부 당국은 해당 통계 발표를 중단하기까지 했다.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며 글로벌 2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의 입지가 이제 ‘피크(정점) 차이나’ 논란 속에 이전의 위상을 위협받고 있다.

신흥국 투자솔루션으로 불안한 중국증시를 대신할 만한 대체재에 대한 고민도 함께 깊어졌다. 서방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인도, 베트남 등의 신흥국들이 중국에 대한 불안을 지워나갈 대체 카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달 10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인도를 거쳐 베트남을 방문했다. 인도와 베트남은 미국 등 서구권의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서 중국을 대신할 탈중국 생산거점으로 거론되는 대표 수혜국들이다.

‘미중 갈등 대표 수혜국’ 베트남, 탈중국 대안 될까

이번 방문에서 미국과 베트남은 양국 외교 관계를 최고 수준인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CSP, 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한국·중국·러시아·인도·미국의 5개국)로 두 단계 격상시켰다. 중국을 견제해 우방국 중심의 프렌드쇼어링으로 공급망을 재구축하려는 미국, 미중 사이에서 실용주의 외교를 펼치며 고부가가치 첨단기술 기업을 유치하고 경제발전에 집중하려는 베트남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닿은 상징적 결과물이다.

베트남은 적극적인 시장개방 정책으로 전세계 50개 이상의 국가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며 아세안 지역의 FTA 허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 경제는 수출 증가, 외국인 직접투자유입, 내수시장 반등으로 코로나 이후 빠르게 회복했다. 삼성전자, 인텔, LG전자, 보쉬, 샤프, 파나소닉,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도 늘어났다.

비록 집단지도 체제의 사회주의 국가이기에 중심 공원에 위치한 레닌 동상이 어색하지 않은 곳이기도 하지만, 세계 정세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진영에 휩쓸리지 않는 유연한 외교로 실리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베트남의 경제 성적표는 만족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 글로벌 수요둔화로 수출이 감소하고 있고 노동허가, 소방시설 승인 등 오히려 강화된 규제와 내년초 글로벌 최저한세(다국적 기업이 어느 나라에서 사업을 하든 최소 15% 실효 법인세율 부담) 시행으로 FDI 자금유입이 주춤하는 등 도전의 행로가 순탄하지만은 않다.

비교적 안정적인 정치환경, 젊고 풍부한 노동력, 상대적으로 저렴한 인건비, 세금 인센티브, 해상 교통의 요충지로서 무역에 유리한 지리적 환경, 정부의 적극적인 인프라 개발, 높은 교육열 등으로 상대적인 강점이 분명했던 베트남이 제도의 질, 인프라와 숙련노동력 부족,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부정부패 등의 한계를 극복하고 탈중국 대안의 주요 제조기지로 자리잡을 수 있을지 그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세계 최대 인구대국 인도, 몇년 안에 독일‧일본 경제 따라잡을 것

인도는 세계 최대 인구대국으로 노동력과 내수시장의 잠재력에서 중국을 대신할 생산기지로써 비교 불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세계 5위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인도는 수년 이내에 독일과 일본을 넘어 2030년 이전에 제3위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올 것으로 전망된다. 전 세계의 다국적 기업들이 탈중국 공급망 재편의 선택지로 인도에 주목하는 배경이다.

올해 인도의 GDP 성장률 예상값은 6%대로 전 세계 주요국들 가운데 최상위권 고성장 국가이기도 하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 정부는 일찌감치 제조업 육성 정책(Make in India), 인프라 개발 정책(Gati Shakti) 등의 강력한 장기 경제개혁 추진으로 서비스업 대비 낙후됐던 제조업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젊은 인구와 풍부한 노동력을 배경으로 내수 소비도 덩달아 활성화되면서 기업들의 이익성장으로 연결되는 선순환이 진행되고 있다.

여타 신흥국처럼 인도 경제의 주된 불안 요소였던 유가와 환율이 안정되면서 외부요인에 의한 불확실성도 낮아졌다. 탈중국 공급망 구축을 위해 프렌드쇼어링을 강화해 가고 있는 미국의 애플, 테슬라, 아마존, AMD와 같은 대표 기업들이 앞다투어 인도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경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정치적 관점에서도 미국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국인 인도가 앞으로 가져갈 반사이익이 필연적으로 비춰진다.

중국 자리 일부라도 차지할 알타시아 지역 국가들 주목해야

미중간 무역분쟁은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위기를 거치며 탈세계화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이라는 교역환경의 패러다임 대전환을 불러왔다. 여기에 혼란의 시대에 영웅이 출현하듯 넥스트 차이나를 꿈꾸는 인도와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주요국들이 저렴한 인건비와 지리적 강점, 친기업 정부지원 등을 내세워 저마다 중국의 대안으로써 자국의 경쟁력을 어필하는 중이다. 이른바 미중대첩의 격전지에 전세를 주도하려는 동남풍이 일고 있다.

현실적인 한계로 이들이 단시일 내에 중국이 지난 십수년간 세계의 공장으로 보여줬던 절대적 지위를 온전히 대체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격랑 속에 중국이 내어준 기회의 땅을 차지하는 주인공이 탄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유력한 잠재 후보국들에게 글로벌 투자자들의 시선이 쏠리는 건 자연스럽다. 알타시아(Altasia) 국가들의 야심찬 행보와 경쟁을 반기며 글로벌 무역질서의 재편 과정에서 평범한 성장의 록스타가 아닌 빠르게 성장하는 믿음직한 슈퍼스타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 동 의견은 필자의 개인적인 소견으로 소속 회사(KB증권)의 공식적인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