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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 인터뷰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전략솔루션 총괄
“치매‧비만 치료 시장 개화로 글로벌 바이오섹터 판도 바뀐다”
“R&D 데이터 기반한 액티브 운용으로 초과 수익 낼 것”
“금리 피크아웃 따른 ‘골디락스’ 전망…반도체‧조선‧기계 주목”
[마켓PRO] "바이오의 시간 왔다…향후 2~3년간 주도섹터 될 것"
“배경은 다르지만 앞서 미국과 한국의 바이오섹터가 랠리를 보인 시기는 비슷했습니다. 마지막 랠리가 나타난 팬데믹 시기 이후 2~3년 동안 바이오섹터 주가가 지지부진했지만, 최근 고금리 환경이 끝나가는 등 주가가 다시 오를 환경이 조성됐어요. 여기에 새로운 치료제 분야가 부상하면서 주식시장의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습니다. 앞으로 2~3년 동안은 헬스케어섹터도 증시 주도주군 중 한 자리를 차지할 겁니다.”

서범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전략솔루션 총괄은 지난 11일 한경 마켓PRO와 만나 최근 론칭한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전용 브랜드 ‘코액트(KoAct)’의 첫 번째 상품 테마로 바이오‧헬스케어를 선택한 이유를 이 같이 밝혔다.

새 상품 상장을 준비할 때보다 상장한 이후에 서 총괄은 더 바빠졌다고 한다. 헬스케어 테마의 액티브 ETF에 대한 기관 투자가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직접 만나 상품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한다는 것이다.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뿐만 아니라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타임폴리오(TIMEFOLIO) K바이오액티브 ETF’도 오는 17일 상장할 예정이다.

분위기를 타서인지 지난 3일 상장한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는 7거래일동안 11.49% 상승해 1만1260원으로 지난 11일 거래를 마쳤다. 초반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

바이오 테마의 액티브 ETF 상품의 잇따른 상장이 이슈 몰이를 하면서 자금 유입을 예상한 투자자들이 미리 몰린 영향으로 바이오섹터가 강세를 보인 것 아니냐고 묻자, 서 총괄은 “단기적으로 보면 그럴 수도 있다”고 답했다.

“치매‧비만 치료 시장 개화가 바이오섹터 판도 바꾼다”

그러면서도 서 총괄은 “바이오섹터가 장기 랠리를 펼칠 환경이 조성됐다”고 강조했다. 알츠하이머, 비만 등 새로운 치료 분야가 부상하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업계의 판도가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알츠하이머와 비만을 각각 치료할 가능성이 있는 유망 신약 후보를 모두 보유한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는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존슨앤존슨(J&J)를 제치고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제약사가 됐다.

일라이릴리는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물질 도나네맙에 대한 임상 3상에서 고무적인 데이터를 도출하고, 올해 안에 미 식품의약국(FDA)에 시판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앞서 FDA는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레카네맙)의 시판을 승인한 바 있다.

이 약물들은 뇌 속에 쌓여 인지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단백질인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이전까지 베타아밀로이드를 제거하는 콘셉트의 알츠하이머 치료 후보들의 개발이 난항을 이어왔지만, 2021년 바이오젠‧에자이가 아두헬름(아두카두맙) 개발에 성공한 뒤 글로벌 제약업계의 알츠하이머 공략이 가속화되고 있다.

서 총괄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의 40%가 알츠하이머 증상을 겪고 있다. 이전까진 병의 진행을 지연시키는 약만 있었지, 원인을 치료하는 콘셉트의 약은 없었다”며 향후 알츠하이머 치료제 시장의 급격한 성장을 점쳤다.

비만 치료 분야도 새롭게 열리고 있는 의약품 시장이다. 이전까지 비만 치료는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했지만, 심혈관 질환 치료 효과라는 우회로가 생기면서 시장이 급격히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서 총괄을 분석했다.

최근 노보노디스크는 자사가 개발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티드)가 심혈관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위고비의 허가 적응증(의약품을 처방할 수 있는 의사의 진단)에 심혈관질환이 추가되면 건강보험 적용 가능성이 커진다.

위고비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투약해 다이어트 효과를 봤다고 밝히면서 유명해진 약이다. 위고비에 앞서 또 다른 비만치료제 삭센다(리라글루티드)도 출시했던 노보노디스크는 현재 LVMH에 이어 유럽증시 내 시가총액 2위를 기록 중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단식과 위고비(Fasting and Wegovy')라고 답했다. /트위터 캡처
일론 머스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단식과 위고비(Fasting and Wegovy')라고 답했다. /트위터 캡처
일라이릴리의 당뇨병 치료제 마운자로(티르제파타이드)도 위고비와 비슷한 효과가 기대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한미약품이 위고비, 삭센다, 마운자로와 같은 GLP-1 계열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고 있다. 약물을 생산할 바이오플랜트도 구축해 최근 공급부족이 우려되는 비만 치료제의 위탁생산(CMO) 수주도 기대된다.

서 총괄은 앞서 스탠더드앤푸어스(S&P) 바이오텍 ETF가 랠리를 펼친 세 번의 시기와 지금의 상황이 닯아 있다고 분석한다. 스타성이 있는 신약이 출시되면서 글로벌 제약업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는 점에서다.

2010년 전후로 S&P 바이오텍 ETF가 랠리를 펼쳤을 때는 자가면역질환치료제 휴미라(아달리무맙)의 승인이 시장 판도를 바꿨다. 바이오시밀러가 출시되기 전까지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 자리를 지키던 휴미라를 개발한 애브비는 이 약 하나로 단숨에 다국적제약사의 반열에 올랐다. 최근에는 보툴리눔톡신제제의 오리지널인 보톡스를 개발한 앨러간을 인수해 몸집을 키웠다.

두 번째 랠리는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가 면역항암제 시장을 키운 2010년 후반에 펼쳐졌다. 키트루다는 휴미라를 제치고 현재 글로벌 매출 1위 의약품이 됐다. 마지막 랠리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에 코로나 백신‧치료재 개발사들이 주도했다.

서 총괄은 “배경은 달랐지만 한국의 제약‧바이오 섹터 랠리의 시기도 비슷했다”며 “첫 번째는 한미약품이 잇따라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렸을 때, 두 번째는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위탁 개발‧생산(CDMO)이 가파른 성장 가능성을 보여줬을 때, 마지막은 팬데믹 시기”라고 말했다.
[마켓PRO] "바이오의 시간 왔다…향후 2~3년간 주도섹터 될 것"

대형학회 앞두고 관련 종목 비중↑…“데이터 기반해 액티브 운용”

서 총괄이 알츠하이머와 비만 치료 시장의 성장이 바이오섹터 랠리를 만들어 낼 것으로 전망했지만, 현재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의 편입 종목을 보면 항암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의 비중이 가장 크다. 펀드매니저 판단에 따른 액티브 운용이 이뤄진 것이다.

서 총괄은 “오는 10월 유럽암학회(ESMO) 연례학술대회를 앞둔 시점이기에 항암 신약 관련 종목의 비중을 가장 많이 가져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항암 신약 후보물질의 개발 성과가 대거 발표되는 이벤트를 앞두고, 이 분야에 관련된 종목들 비중을 높였다는 것이다.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
유한양행의 폐암 신약 ‘렉라자’.
이번 ESMO에서 발표될 연구결과 중 얀센이 유한양행으로부터 도입한 렉라자(레이저티닙)과 항암항체 후보 아미반타맙의 병용요법에 대한 임상 3상 중간결과가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서 총괄은 “현재 렉라자가 포함된 3세대 표적항암제 시장의 92%를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오시머티닙)이 차지하고 있다”며 “렉라자가 승인된 뒤 글로벌 시장에서는 타그리소가 차지하고 있는 시장의 10%만 잠식해도 연간 1조~2조원의 매출을 올리게 된다”고 예상했다.

렉라자를 비롯한 차세대 항암제 분야는 알츠하이머, 비만과 함께 서 총괄이 꼽은 4개의 유망 신약 개발 분야 중 하나다. 나머지 하나는 꿈의 항암제로 불리는 키메라항원수용체(CAR)-T세포 치료제, 코로나 백신으로 유명해진 메신저리보핵산(mRNA) 등이 포함된 세포‧유전자 치료제 분야다.

신약 개발 분야는 성공하면 대박이지만, 아직까지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성공 사례보다 실패 사례가 더 많다.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에 이름을 올렸다가 상장폐지 기로에까지 몰렸던 종목이 여럿이고, 팬데믹 시기에는 너도나도 코로나 치료제‧백신 개발에 나섰지만 최근 포기 선언이 잇따랐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액티브 운용 역량이 중요하다.

서 총괄은 신약 개발 관련 종목에 대한 액티브 운용 전략으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매매’를 제시했다. 그는 “회사의 바이오 전문 애널리스트가 학회 등에서 발표되는 신약 연구‧개발(R&D) 논문의 데이터를 기존 데이터와 비교해 관련 종목의 비중을 조절하거나 편입‧편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신약 개발 이외에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의료 제품‧서비스가 포함된 디지털 헬스케어와 미용 의료기기가 포함된 안티에이징(노화 방지) 분야까지 모두 6개 분야를 바이오‧헬스케어 유망 분야로 설정하고 KoAct 바이오헬스케어액티브 ETF를 운용한다고 서 총괄은 설명했다.

“내년까지 ‘골디락스’ 전망…인플레 재반등과 중국 경착륙은 경계”

현재 실적보다는 미래 성장에 대한 기대가 주가 형성에 큰 영향을 주는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의 주가는 금리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팬데믹 시기 이후 2년여동안 이 섹터의 주가가 지지부진했던 가장 큰 이유로 금리 상승을 꼽는 전문가도 많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는 점도 서 총괄이 바이오‧헬스케어 섹터의 랠리를 예상하는 배경이다.

금리의 피크아웃(정점 통과)을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뿐만 아니라 주식시장 전체의 호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최근 주식시장의 주도주에서 성장주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반면 Fed가 기준금리를 내리려면 경기가 심각하게 침체돼야 하는데, 주식시장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피하면서 기준금리도 인하된다는 아전인수식 전망을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 총괄은 “경기가 망가지는 걸 방지하는 것도 Fed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이유”라며 “미국의 물가가 Fed의 목표인 2%에 가까워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물가보다 높은 상황이 이어지면, 기준금리가 경기를 짓누르게 된다”고 반박했다.

이에 따라 경기가 무너지지 않으면서 물가가 안정돼 금리도 내려가는 ‘골디락스(인플레이션 없이 경제가 성장하는 상태)’가 펼쳐질 것이라고 서 총괄은 전망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망 섹터로는 바이오‧헬스케어 이외에도 반도체와 조선, 기계 등 이익이 증가하는 섹터들이 꼽혔다. 또 서 총괄은 중국 정부가 자국민의 한국 단체관광을 6년반만에 허용한 데 따른 중국 소비주의 수혜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반면 내수 소비 섹터에 대한 전망은 부정적이었다. 이익이 늘어나는 구간에 정부가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같은 맥락에서 통신과 은행 섹터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았다.

건설섹터의 경우엔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인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여파가 커질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서 총괄은 PF 부실이 주식시장에 심각한 타격을 줄 정도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부동산 가격의 반등 조짐이 보인다”며 “만약 내년에 금리가 내려가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 또 부실시공 문제로 분양이 감소해 2~3년 뒤엔 입주 물량 공급이 줄어들면 가격은 더 올라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장 위험 요소로는 인플레이션의 재반등과 중국의 경착륙이 제시됐다.

서 총괄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다시 5% 이상으로 올라가면, Fed가 금리를 더 올려야 하고, 그로 인해 경기가 완전히 추락하는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미국의 7월 CPI 헤드라인 수치가 반등했지만,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고 서 총괄은 평가했다.

중국은 상황이 좀 어렵다는 분석이다. 경기 경착륙을 막기 위한 부양책을 내놓지만 시장의 기대에는 못 미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해 서 총괄은 “경착륙을 막기 위한 조치가 나오고는 있지만, 또 다시 버블이 형성되는 걸 경계하는 중국 정부가 화끈한 부양책을 내놓을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경우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