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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리더의 시각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마켓PRO] "유독 심한 원화 약세… 2분기 이후 완만히 회복"
원·달러 환율이 3월부터 최근까지 1300원을 웃돌고 있다. 지난달 미국의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파산하는 등 은행에 대한 불안심리, 위험회피 심리가 배경이다. 최근에는 미국 은행에 대한 불안심리가 완화되고, 오히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 종료 기대로 미 달러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원·달러 환율은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

원화 약세는 달러화에 대해서만은 아니다. 원·유로 환율도 최근 1420원을 상회하고 있다. 이는 연초 이후 최고치이며, 지난해 9월 미국 긴축 우려와 유로의 경기침체 불안이 가장 고조됐던 시점의 환율과 유사하다. 또 원화는 일본 엔화,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연초 이후로 약세다.

이러한 원화의 약세는 결국 대외적 요인보다 내부적 요인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대외적으로 달러인덱스(DXY)는 1.0% 하락한 반면 원·달러 환율이 2.9%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물경기는 글로벌 경기와 국내 경기가 유사하게 둔화 추세다. 생산과 소비, 투자 등이 전세계적인 고금리, 통화긴축과 수요 약화 등으로 미약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국내 경제를 더 취약하게 평가하는 배경은 구조적 부진으로 판단된다.
최근 미 달러화 지수 하락에도 달러·원 환율은 상승. /자료=KB국민은행
최근 미 달러화 지수 하락에도 달러·원 환율은 상승. /자료=KB국민은행
무엇보다 국내 경제는 대외 수출의존도가 여전히 높은데,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과 반도체 수출 부진이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1월부터 3월까지 총수출은 직전 분기에 비해 4.7% 감소했고, 전년동기 대비로는 12.5% 줄었다. 대(對)중국 수출이 전년동기 대비 30% 가까이 감소했으며, 반도체 수출 역시 40% 감소했다. 중국으로 향하는 반도체 수출은 반토막이 났다.

중국의 리오프닝이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중국으로의 수출, 또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은 감소세다. 이는 중국의 생산, 내수 등이 아직 원활하게 정상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또 중국 역시 그 동안 봉쇄 조치로 인해 가동률이 떨어지고 재고도 상당히 쌓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국내 수출 경기가 회복되고 무역수지 적자가 줄어들기 위해서는 중국 경제활동이 보다 정상화되고 재고도 어느 정도 소진돼야 수입도 회복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달러·원 환율 하방 제약. /자료=KB국민은행
한국의 수출 부진으로 달러·원 환율 하방 제약. /자료=KB국민은행
국내 경제의 높은 수출 의존도로 인해 모든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높은 수준이다. 국내 경제에서 제조업 비중은 30%에 달하는데 수출이 부진함에 따라 제조업의 재고가 출하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높고 중국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점, 결국 이러한 연결 고리가 당장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점은 국내 경제 회복도 지연될 수 밖에 없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이 4월에는 상장 기업의 배당금 지급과 외국인이 지급받은 배당금의 해외 송금도 예정돼 있다. 올해 외국인이 받을 배당금 규모는 약 70억달러로 추산된다. 전년도의 80억달러에 비해서는 다소 적은 수준이다. 문제는 무역수지 적자로 들어오는 달러는 부족한 반면, 배당금 역송금 등으로 나가야 하는 달러는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달러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점에서 원·달러 환율인 가격에는 상승 압력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2분기가 지나면 원·달러 환율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달러화의 경우 작년 연초 대비 약 7% 이상 상승했고, 이는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 가속 등 고금리에 기인한다. 올해는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2분기 정도에 종료될 것이라는 점, 내년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선회할 것이라는 전망에 달러 약세가 예상된다.
사진=뉴스1
사진=뉴스1
국내 수출 경기 역시 하반기에는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와 같은 중국의 봉쇄조치가 발생하지 않고 생산과 소비 등이 정상화된다면 하반기에는 수출 및 수입도 개선될 것이다. 기저효과 등으로 수출이 늘고 원자재 가격 조정에 수입이 줄어들게 되면 무역수지도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설 것이다. 다만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로 인해 2년 연속 무역수지는 적자는 불가피하다.

원·달러 환율이 오를 가능성이 있는 이벤트는 미 Fed의 기준금리 인상이 예상보다 더 지속될 경우, 그리고 중국의 수입이 회복되지 않는 경우다. 반대로 환율의 하방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은 미 Fed의 금리인상 종료와 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기대, 중국 경제의 빠른 회복 및 수입 수요의 증가 등이다.

다만 미국의 긴축 종료와 경기 둔화는 수입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대외 수출이 빠르게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하반기에도 원·달러환율이 급격하게 하락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